최근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팔에 자신의 팔을 비빈 자폐 장애인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원심에서는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이 사건은 장애인의 행동에 대한 추행 고의 인정 여부, 무죄추정의 원칙, 그리고 성인지 감수성 사이의 균형점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사건의 개요
자폐성 장애와 2급 지적장애가 있는 피고인은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성의 팔에 자신의 팔을 비볐다는 이유로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혐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자폐 증상으로 인한 '상동행동'이며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쟁점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추행의 고의 입증 부족: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리를 옮긴 것은 자폐 증상인 '빈자리 채워 앉기에 대한 강박 증상'일 가능성이 있고, 팔을 비빈 행위는 의식하지 못한 채 팔을 움직이는 '상동행동'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의 장애 정도, 지적·판단 능력, 행동 양식 등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무죄추정의 원칙: 대법원은 피고인이 유죄 판결 확정 전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을 강조했습니다. 검사는 공소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으며, 피고인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책임은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성인지 감수성과 증거 판단: 성범죄 사건에서는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해야 하지만,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다른 증거와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한계를 지적하며, 조서의 일부만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피고인의 지적 능력이나 판단 능력은 법정에서 직접 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 법 조항: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장애인의 행동에 대한 추행 고의 인정, 무죄추정의 원칙, 성인지 감수성 사이의 균형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장애인의 관점에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또한,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이 판결은 향후 유사 사건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형사판례
지하철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에 일부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진술의 핵심 내용이 일관되고 허위 진술의 동기가 없다면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
형사판례
지하철과 같은 공중밀집장소에서 타인의 엉덩이에 성기를 접촉하는 행위는,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실제로 느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성추행으로 처벌된다.
형사판례
신체적 장애의 정도와 범죄자가 그 장애를 인식했는지 여부가 성폭력처벌법 위반(장애인 대상 성폭력) 혐의 성립에 중요한 요소임을 명시. 장애인의 일상생활 제약 여부를 중심으로 장애를 판단해야 하며, 범죄자의 장애 인식 여부도 필수적 요소.
형사판례
낮 시간, 사람들이 많은 길거리에서 발생한 아동 추행 사건에서 피해자 어머니의 진술 외 다른 증거가 없어 대법원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습니다.
형사판례
지적 능력이 4~8세 수준인 여성을 간음한 사건에서, 피해 여성의 정신장애로 인해 저항하기 어려운 '항거불능' 상태였음을 인정하여 유죄 판결.
형사판례
지적장애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단순히 지적 능력뿐 아니라 사회적 지능, 성숙도, 의사소통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