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2.01.19

민사판례

진보성 없는 특허, 권리남용일까?

특허권은 발명을 보호하고 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특허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발명까지 독점권을 행사한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진보성 없는 특허권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특허권의 목적과 진보성

특허법 제1조는 특허 제도의 목적을 "발명을 보호·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발명자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 특히 기술 발전이라는 공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특허법 제29조 제2항은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기술로부터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것"에는 특허를 주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명은 '진보성'이 없다고 하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해야 합니다.

진보성 없는 특허권 행사와 권리남용

만약 진보성 없는 발명에 특허가 잘못 등록되었고, 특허권자가 이를 이용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특허권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진보성 없는 발명은 원래 공공의 영역에 속해야 하는데, 이를 특허권자에게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은 공익을 해칠 뿐만 아니라 특허법의 목적에도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진보성이 없어 보호할 가치가 없는 발명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에게 침해금지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로, 정의와 공평의 이념에도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특허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특허의 진보성이 없어 무효가 될 것이 명백하다면,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권리남용 항변이 제기된 경우, 특허의 진보성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례: 드럼세탁기 구동부 구조 특허

실제로 대법원은 LG전자와 대우일렉트로닉스 간의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이러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LG전자는 "드럼세탁기의 구동부 구조" 특허를 침해했다며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해당 특허의 일부 구성이 선행기술에 이미 존재하거나 쉽게 도출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서포터·베어링하우징 밀착구성'은 선행기술에 없어 진보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특허 전체가 진보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권리남용이 아니라는 것이죠.

관련 법 조항 및 판례

  • 특허법 제1조 (목적)
  • 특허법 제29조 제2항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
  • 특허법 제126조 (특허무효심판)
  • 특허법 제128조 (특허무효심결의 효력)
  • 특허법 제133조 (침해금지청구권 등)
  • 민법 제2조 (신의성실)
  • 대법원 1992. 6. 2.자 91마540 결정 (변경)
  • 대법원 2001. 3. 23. 선고 98다7209 판결 (변경)

특허권은 중요한 권리이지만, 공익과의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진보성 없는 특허권 행사는 권리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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