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3.10.10

형사판례

초등학생용 통일 교양도서, 이적표현물일까?

최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통일 교양도서 "A"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논란이 되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검찰은 이 책이 북한을 미화하고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이적표현물의 판단 기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적표현물이란 무엇일까요?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표현물'을 이적표현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북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 모두 이적표현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며, 그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 작성 동기, 표현 행위의 태양, 외부와의 관련성, 당시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대법원 1992. 3. 31. 선고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 2003. 5. 13. 선고 2003도604 판결 등).

"A"는 왜 이적표현물이 아니었을까요?

이 사건 서적 "A"에는 북한의 체제, 교육 정책, 의료 정책 등을 소개하는 내용과 함께 '통일이 되면 나라이름, 국기, 애국가 등이 바뀔 수 있다'는 등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D장군의 노래' 전문을 싣고 김일성, 김정일을 '경애하는 수령', '친애하는 지도자'로 표현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책의 작성 배경, 전체적인 내용, 저자의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A"는 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진행되던 시기, 초등학생들에게 통일 관련 교양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제작되었고, 책 내용 중에는 공산주의의 소멸을 세계사의 추세라고 언급하며 자본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또한, 저자가 평소 북한 체제를 비판해왔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법원은 "A"가 북한의 현실을 다소 미화하는 부분이 있고, 초등학생용 교재로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지향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북한을 찬양하거나 고무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이 주는 의미

이 판례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균형점을 모색하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단순히 특정 내용을 포함한다는 사실만으로 이적표현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맥락과 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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