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9.04.13

형사판례

칼에 찔린 피해자, 피 흘리는 모습에 범인이 겁먹고 도망갔다면… 이건 '중지미수'일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살인미수 사건과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범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다가 피가 많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겁을 먹고 도망친 경우, 이것을 '중지미수'로 볼 수 있을까요?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로 목과 가슴 부위를 여러 차례 칼로 찔렀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가슴에서 많은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겁을 먹고 그만두었고, 결국 피해자는 살아남았습니다.

쟁점: '중지미수' 인정 여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의 행위를 '중지미수'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형법 제26조에 따르면, 범죄 실행에 착수했지만 자신의 의지로 실행을 중단한 경우, 범죄가 완수되지 않았다면 '중지미수'로 인정되어 형이 감경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를 중지미수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이 범행을 중단한 것은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가 아니라, 피해자의 출혈을 보고 겁을 먹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즉, 피가 많이 흘러나오는 것은 "일반 사회통념상 범죄를 완수함에 장애가 되는 사정"에 해당하므로, 이를 자의에 의한 중단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7. 6. 13. 선고 97도957 판결 참조)

쉽게 말해, 범인이 '아, 내가 이러면 안 되지'라고 생각해서 멈춘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피를 보고 '큰일 났다!' 싶어 도망친 것이라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중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다른 쟁점: 확정된 약식명령과 그 이전 범죄의 경합범 관계

이 사건에서는 또 다른 법률적 쟁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확정된 약식명령과 그 확정 전에 저지른 범죄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형법 제37조 후단은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판결'에는 약식명령도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대법원 1982. 4. 13. 선고 80도537 판결, 1990. 7. 10. 선고 90도952 판결, 1993. 12. 21. 선고 93도1817 판결, 1999. 4. 9. 선고 99도116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이전에 확정된 약식명령의 죄와 이번 사건의 죄를 경합하여 처벌받게 되었습니다.

이번 판례를 통해 '중지미수'의 성립 요건과 경합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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