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2.07.12

형사판례

컴퓨터 파일 복사는 절도인가? - 정보 절도에 대한 오해와 진실

회사 기밀이나 중요한 자료가 담긴 컴퓨터 파일을 누군가 허락 없이 복사해 갔다면? 당연히 절도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오늘은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복사 또는 출력해 가는 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회사 직원이 회사 컴퓨터에 저장된 중요한 설계 도면을 출력해서 외부로 유출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검찰은 이 직원을 절도죄로 기소했고, 1심과 2심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왜냐하면 회사의 중요한 기밀 정보가 담긴 설계 도면을 무단으로 출력해 가져간 것은 회사의 재산을 훔친 것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정보 자체는 훔칠 수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2도824 판결) 대법원은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 그 자체는 형법 제329조(절도)에서 말하는 '재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재물'이란 관리할 수 있는 유형물이나 동력을 의미하는데, 정보는 눈에 보이거나 만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정보를 복사하거나 출력하는 행위 자체도 절도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보를 복사해도 원본 정보는 그대로 남아있고, 회사의 정보 이용 가능성이 침해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유를 맞추면 물이 줄어들지만, 정보를 복사한다고 원본 정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비유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출력된 종이는?

그렇다면 출력된 종이 자체는 어떨까요? 이 사건에서 직원은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설계 도면을 출력했습니다. 즉, 회사를 위해 만들어진 문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목적으로 새롭게 생성한 문서였던 것이죠. 따라서 대법원은 출력된 종이 역시 회사 소유의 문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 소유의 종이를 훔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보 유출, 처벌은 어떻게?

그렇다고 해서 정보 유출 행위 자체가 처벌받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다른 법률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보 절도와 관련된 법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참고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329조 (절도)
  • 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도1205 판결
  • 대법원 1996. 8. 23. 선고 95도192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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