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8.07.10

형사판례

퇴사 후 납품 정보 이용, 영업비밀 침해일까?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얻은 정보, 퇴사 후에도 마음대로 쓸 수 있을까요? 특히 이전 회사와 경쟁하게 된다면 더욱 조심해야 할 텐데요. 오늘은 퇴사 후 회사에서 알게 된 정보를 사용해서 영업활동을 하다가 영업비밀 침해로 분쟁이 생긴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씨는 B회사에서 무역부장으로 일하며 미국 C사에 손톱깎이 세트 등을 납품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A씨는 퇴사 후 C사에 직접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B회사는 A씨가 재직 중 알게 된 '미국 C사 바이어 명단, 납품가격, 하청업체 정보' 등을 이용하여 부정경쟁을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은 A씨가 사용한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만약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면 A씨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게 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A씨가 사용한 정보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바이어 명단: C사는 여러 납품업체와 거래하고 있었고, 바이어들은 B회사를 통해 다른 업체도 소개받는 등 바이어 명단이 업계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바이어 명단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영업비밀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 납품가격, 하청업체 정보: A씨는 B회사와 달리 중국 업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여 훨씬 낮은 가격에 납품했습니다. 즉, B회사의 납품가격 등 정보는 A씨에게 경쟁상 이점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납품가격 정보는 업계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거나 예측 가능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정보 역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 하청업체 정보: 해당 하청업체들은 B회사뿐 아니라 다른 업체와도 거래하고 있었으므로, 이 역시 영업비밀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A씨가 사용한 정보들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는 영업비밀의 정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5도6223 판결 등 참조)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퇴사 후 이전 회사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어떤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이전 회사에서 알게 된 정보라는 이유만으로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참고 조문 및 판례

  •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 대법원 2000. 3. 10. 선고 2000도159 판결
  • 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4도6876 판결
  • 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5도6223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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