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허권 침해 여부를 다룬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비슷한 약을 만드는 두 제조 방법이 있는데, 한쪽이 다른 쪽 특허를 침해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사이프로플루옥사신이라는 항생제를 만드는 두 가지 방법 A와 B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A 방법은 특허를 받았고, B 방법은 A와 거의 동일하지만 중간에 한 단계를 추가했습니다. B 방법은 A 방법 특허를 침해한 것일까요?
대법원은 B 방법이 A 방법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핵심은 추가된 중간 단계가 '주지된 관용기술'이라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면 누구나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흔히 쓰는 기술이라는 뜻입니다. B 방법은 A 방법에 이런 당연한 기술을 하나 더한 것에 불과하므로, A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베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B 방법은 A 방법과 출발 물질, 반응 물질, 최종 결과물이 모두 같습니다. 제조 과정도 거의 같은데, B 방법만 중간에 알루미늄클로라이드를 넣어 중간체를 만드는 과정을 추가했습니다.
대웅제약은 이 추가된 과정 덕분에 사이프로플루옥사신 생산 효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추가 과정이 단순히 '보호기' 역할을 할 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보호기란 특정 화학 반응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붙이는 물질입니다. B 방법에서 알루미늄클로라이드는 원하지 않는 다른 반응을 막고, 원하는 반응만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보호기 사용은 해당 분야에서는 흔한 기술이라는 것이죠.
결국 B 방법은 A 방법의 핵심 아이디어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기술을 하나 더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B 방법은 A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특허판례
특허받은 사이프로플루옥사신 제조방법과 유사하지만 다른 반응물질을 사용하여 중간체를 거쳐 최종적으로 같은 물질을 만드는 방법이 특허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룬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유사한 반응물질을 사용하고 최종적으로 같은 물질을 만드는 경우, 중간체를 거치는 차이만으로는 특허권 침해를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사판례
이 판례는 새로운 화학물질 제조 방법(제법)이 기존 특허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출발 물질, 반응 물질, 최종 생성물질이 같다고 침해로 볼 수 없고, 제조 과정에서의 기술적 차이, 특히 촉매 사용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했습니다.
특허판례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더라도, 제조 과정의 핵심적인 차이가 있다면 특허 침해가 아니라는 판결.
특허판례
촉매를 사용하여 효과를 높인 화학물질 제조방법이, 촉매를 사용하지 않는 기존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가 쟁점. 대법원은 촉매 사용 여부가 기술 사상을 크게 달리하게 하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로 다른 제조방법으로 보아 특허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 다만, 원심에서 촉매 사용 시 수율(생산량 대비 실제 얻는 양의 비율) 향상에 대한 충분한 증거 조사 없이 판단한 부분은 위법으로 판단하여 파기환송.
민사판례
물건 생산방법에 대한 특허를 받았더라도, 그 특허 출원 전에 이미 같은 물건이 존재했다면, 다른 사람이 만든 동일한 물건이 특허 침해에 해당한다고 바로 단정할 수 없다. 특허권자가 상대방이 자신의 특허받은 방법을 사용했는지 입증해야 한다.
특허판례
특허 침해를 판단할 때, 비교 대상 발명이 특허의 모든 구성 요소를 똑같이 포함하지 않아도, 핵심적인 기술 사상이 같고 변경된 부분이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정도라면 특허 침해로 볼 수 있다는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