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0.10.14

형사판례

허가 없이 효능을 과장 광고한 비누, 의약품일까?

오늘은 비누가 의약품으로 판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단순한 세정용품으로 생각하기 쉬운 비누가 어떻게 의약품으로 판단될 수 있었을까요?

사건의 개요

한 회사의 대표와 영업이사는 키토산, 쑥액기스, 살구 오일, 로즈마리 오일 등을 넣어 만든 비누를 허가 없이 제조·판매했습니다. 이들은 이 비누가 아토피, 여드름, 무좀, 치질, 흉터 치료는 물론, 근골격계 통증 완화, 관절염, 신경통, 근육통, 오십견, 탈모 예방, 체중 감량에도 효과가 있다고 광고했습니다. 심지어 '병원처방제'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명현반응', '임상결과'와 같은 의학 용어를 사용해서 소비자들을 현혹했습니다. 일부 병원에서도 이 비누를 치료보조제로 처방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결국 이들은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약품제조등)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비누가 약사법에서 규제하는 의약품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만약 의약품이라면, 제조 및 판매에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비누를 의약품으로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의약품의 정의: 약사법 제2조 제4호에 따르면, 의약품은 질병 치료 등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인체의 구조와 기능에 약리학적 영향을 주는 것도 포함합니다. 즉, 실제 약효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 일반인이 그 제품을 질병 치료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인식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1도1429 판결 등 참조)

  2. 비누 판매 방식: 피고인들은 비누의 효능을 과장 광고했고, 의학 용어를 사용하여 소비자들이 마치 의약품처럼 인식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심지어 병원에서 처방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광고했습니다. 이러한 판매 방식은 사회 일반인이 이 비누를 의약품으로 인식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3. 소비자의 사용: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이 이 비누를 질병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는 이 비누가 사회 일반인에게 의약품으로 인식되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이 비누가 약사법상 의약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약사법 제2조 제4호, 구 약사법 제31조 제1항,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3조 제1항 제2호, 제2항 참조)

추가 쟁점: 이중처벌 문제

이 사건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있었습니다. 피고인 1은 이전에 같은 비누 판매와 관련하여 약사법 위반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으로 다시 처벌하는 것은 이중처벌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할 때 피고인의 행위, 사회적 사실관계, 규범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5. 1. 13. 선고 2004도6390 판결 등 참조) 하지만 이전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은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 광고'였고, 이번 사건의 공소사실은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 제조·판매'였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두 사건의 범죄사실이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이중처벌이 아니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 제326조 제1호 참조)

이 판례는 제품의 실제 효능 여부와 관계없이, 소비자에게 의약품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광고하거나 판매하는 경우 약사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시 광고 내용에 현혹되지 않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판매자 역시 제품 광고 시 관련 법규를 준수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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