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업이 분할되었을 때, 기존에 사용하던 상표권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법적 분쟁 사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특히 유명 브랜드일수록 상표권의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분쟁은 더욱 치열해지기 마련이죠.
사건의 발단:
'현대'라는 상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유명하죠? 과거 거대 기업이었던 현대그룹은 여러 계열사로 나뉘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대'라는 상표 사용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등 기존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자신들을 '범 현대그룹'으로 칭하며 '현대' 상표를 계속 사용하고 있었는데,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아이비티(이후 상호 변경)가 '현대' 상표를 컴퓨터 주변기기 등에 사용하기 위해 상표등록을 시도한 것이죠. 이에 범 현대그룹 측은 현대아이비티의 상표등록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범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누가 '선사용표장'의 권리자인가?: 대법원은 기업그룹이 분리된 경우, 기존 상표(선사용표장)를 주도적으로 사용해 왔고, 일반 소비자들도 그 상표를 해당 기업과 연결 짓는 경우, 그 기업을 선사용표장의 권리자로 본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범 현대그룹은 '현대'라는 상표를 꾸준히 사용해 왔고, 소비자들도 '현대'하면 범 현대그룹을 떠올리기 때문에, '현대' 상표에 대한 권리는 범 현대그룹에 있다는 것이죠. 반면 현대아이비티는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후 '현대'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다가 뒤늦게 상표등록을 시도했기 때문에 선사용표장의 권리자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상표등록 거절 사유: 구 상표법(2014. 6. 11. 법률 제127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제10호는 이미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와 유사하여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현대아이비티의 상표등록이 이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현대'라는 상표가 이미 범 현대그룹에 의해 널리 사용되고 있고, 현대아이비티가 등록하려는 상품도 범 현대그룹의 사업 영역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상품 출처에 대해 혼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기업 분할 후 상표권 분쟁에서 누가 상표를 계속 사용할 권리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단순히 과거에 같은 그룹에 속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상표 사용권을 주장할 수 없고, 누가 상표를 주도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해 왔는지, 소비자들이 그 상표를 누구와 연결 짓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참고:
민사판례
한 기업그룹이 여러 회사로 분리된 후에도 기존 그룹명칭("대성"처럼)을 사용하는 것이 부정경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사례. 법원은 단순히 같은 이름을 쓴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정경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습니다.
상담사례
상표권자가 사용을 허락한 자가 타인에게 하청을 준 경우, 하청업체의 상표 사용은 허락 여부가 아닌, 누구의 이익과 통제 아래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상표권 침해 여부가 결정된다.
형사판례
자동차 부품 제조업자가 자기 제품의 포장에 호환되는 차종 명칭(등록상표)을 표시한 행위가 상표권 침해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사례.
특허판례
새로운 상표를 등록하려 할 때, 이미 존재하는 상표와 유사하더라도 그 상표가 국내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판결. 단순히 유사성만으로 등록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
특허판례
'LOTS' 상표와 'LOTUS' 상표가 유사한지 여부를 다툰 사건에서, 대법원은 상표의 호칭이 유사성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일반 수요자들이 'LOTS'를 어떻게 발음하는지에 대한 심리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LOTS'와 'LOTUS'는 외관은 유사하지만, 호칭에서 차이가 크므로 유사한 상표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민사판례
상표 사용권자가 상표권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상표를 사용하게 하는 행위는 상표권 침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