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은 공공기관 이사장이었던 피고인이 여러 방법으로 공단 자금을 횡령하고, 공단 소유의 자산을 저가에 매도하여 배임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핵심 쟁점은 화물차량 저가 매도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쟁점 1: 공소사실의 특정 및 공소장일본주의
피고인은 공소사실이 불명확하고, 공소장에 증거자료가 붙어있어 공소장일본주의(공소장에만 증거를 기재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포괄일죄(여러 범죄 행위를 하나로 묶어 기소하는 것)의 경우 전체 범행의 기간, 방법, 피해자, 횟수, 금액 합계 등을 명시하면 공소사실이 특정된 것으로 본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도6646 판결,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4도4896 판결)를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에 대한 이의를 제1심에서 제기하지 않고 원심에서 비로소 주장했으므로, 이미 증거조사가 끝난 단계에서는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09. 10. 22. 선고 2009도743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도7567 판결).
쟁점 2: 업무상 횡령의 공모관계 성립
피고인은 유연탄 운송비, 고속도로 통행료, 골프회원권 판매대금, 유류대금, 급여 지급 등과 관련된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공모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대법원은 공모는 명시적 합의가 없더라도 암묵적 의사 연락만으로도 성립한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6706 판결,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도9721 판결)에 따라, 관련자들의 진술과 정황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과 공범들의 공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쟁점 3: 업무상 배임죄와 재산상 이익의 산정
피고인은 공단 소유 화물차량을 시장가격보다 낮게 매도하여 공단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배임)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은 차량 취득가액에 표준감가상각잔존율을 적용하여 산정한 가액과 매도가액의 차액을 배임으로 인한 재산상 이익으로 보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를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표준감가상각잔존율에 의한 가액은 시장가격(시가)과 무관하므로 배임으로 인한 재산상 이익을 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도3531 판결). 중고차량의 시가는 차량의 상태, 연식, 사용이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심이 재산상 이익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법조항:
이 판결은 업무상 배임죄에서 재산상 이익을 산정할 때 시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함을 강조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특히 중고자산의 경우 표준감가상각잔존율만으로 시가를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형사판례
회사가 정한 할인율보다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서 물건을 팔았더라도, 그 판매가격이 시장 가격과 같다면 거래처가 이득을 본 것이 아니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형사판례
저축은행 임원이 아파트 시공업체에 대한 대출한도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담보도 부실하게 확보한 채 거액을 대출해준 행위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 대출금 일부가 회수되었다 하더라도 손해 발생 위험을 초래했으면 배임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쓰는 행위가 배임인지 횡령인지 법원이 잘못 판단했더라도, 죄의 경중이나 처벌 수위가 같다면 판결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
형사판례
회사 영업부장이 자기 회사를 통해 회사 제품을 낮은 가격에 사들여 다른 회사에 더 비싸게 판매해 이익을 챙긴 경우, 회사에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 명확히 증명해야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판례입니다. 단순히 중간 유통 마진을 취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배임죄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형사판례
학교법인 이사장과 다른 회사 대표이사가 공모하여 학교법인 소유 토지를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하여 학교법인에 손해를 끼친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한다. 이사회 결의나 감독청 허가가 있었다 하더라도 배임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형사판례
이 판례는 비상장주식을 저가에 매도하고, 회사 자금을 개인적인 주식 매수 자금으로 사용한 행위에 대한 배임죄 성립 여부를 다룬 판례입니다. 회계 조작을 통해 주식 가치를 낮추어 매도한 행위와 회사 자금을 대여금 형식으로 사용하여 주식을 매수한 행위 모두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