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화학물질 자체나 그 용도에 대한 특허를 받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화학물질 특허가 가능해졌는데요,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법적 쟁점이 발생했습니다. 오늘은 특정 용도를 명시한 조성물의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둘러싼 법정 공방을 살펴보겠습니다.
과거 특허법과 개정 이후의 변화
예전 특허법(1986년 12월 31일 법률 제3891호로 개정되기 전)에서는 "화학방법에 의하여 제조될 수 있는 물질의 발명"과 "화학물질의 용도에 관한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구 특허법 제4조). 하지만 1987년 7월 1일, 특허법이 개정되면서 이러한 제한이 사라졌습니다. 즉, 화학물질 자체뿐 아니라 그 용도에 대한 발명도 특허 등록이 가능해진 것이죠.
미국과의 조약과 그 의미
특허법 개정과 함께 "제법특허출원의 물질특허보호제공에 관한 대한민국정부와 미합중국정부간의 서면교환(조약 제923호)"도 발효되었습니다. 이 조약은 기존에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제법특허)를 출원한 경우, 출원인이 원하면 물질 자체에 대한 특허(물질특허)로 변경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특허법 개정에 따른 경과 조치로, 이미 출원된 제법특허에도 새로운 법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사례: 화분 형성 억제 조성물의 제조방법
한 제약회사가 화분 형성을 억제하는 특정 피라졸류 화합물과 그 조성물의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이 화합물은 특정 용도(화분 형성 억제)를 가지는 조성물로 사용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특허청은 이 발명이 단순한 화학물질의 용도에 관한 발명이라며 특허를 거절했지만,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990.1.25. 선고 88후1236 판결)
대법원은 이 발명이 단순한 화학물질의 용도 발명이 아니라, 특정 용도를 가진 조성물의 제조방법에 관한 발명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단순히 화학물질의 용도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그 용도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성물의 제조방법까지 포함되어 있으므로 특허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판결은 화학물질 특허의 범위를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구 특허법 제4조, 조약 제923호 참조)
결론
이 사례는 특허법 개정 이후 화학물질 특허의 해석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화학물질의 용도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용도를 구현하기 위한 조성물의 제조방법까지 포함된 경우, 특허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이는 화학 관련 발명의 권리 보호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판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허판례
촉매를 사용하여 효과를 높인 화학물질 제조방법이, 촉매를 사용하지 않는 기존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가 쟁점. 대법원은 촉매 사용 여부가 기술 사상을 크게 달리하게 하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로 다른 제조방법으로 보아 특허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 다만, 원심에서 촉매 사용 시 수율(생산량 대비 실제 얻는 양의 비율) 향상에 대한 충분한 증거 조사 없이 판단한 부분은 위법으로 판단하여 파기환송.
특허판례
촉매를 사용하는 화학물질 제조방법은 촉매를 사용하지 않는 제조방법과는 다른 발명으로 보아야 하며, 특허 명세서에 촉매 사용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 촉매를 사용한 제조방법은 해당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민사판례
이 판례는 새로운 화학물질 제조 방법(제법)이 기존 특허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출발 물질, 반응 물질, 최종 생성물질이 같다고 침해로 볼 수 없고, 제조 과정에서의 기술적 차이, 특히 촉매 사용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했습니다.
특허판례
물건 발명의 특허를 판단할 때, 제조방법이 함께 기재되어 있더라도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물건 자체의 신규성과 진보성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제조방법은 물건의 특징을 설명하는 보조 수단일 뿐이다.
특허판례
기존 약물에 흔히 쓰이는 약학적 허용담체를 추가한 약학 조성물은 새로운 발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특허판례
한미 조약에 따라, 특허법 개정 전에 출원된 제법 특허를 물질 특허로 보정할 수 있는데, 이는 미국인이 처음부터 출원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단순히 특허법 개정 직전에 미국 회사로 출원인 명의를 변경한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