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표가 회사 이름으로 덜컥 보증을 서줬다면? 당연히 회사가 책임져야 할 것 같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닙니다. 오늘은 대표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행위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지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어떤 경우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지에 대한 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 건축사사무소는 B 도시개발조합 조합장 C의 개인적인 부탁으로 C가 대표로 있는 회사와 다른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B 조합이 그 빚에 대한 연대보증을 서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B 조합 정관에는 돈을 빌리거나 보증을 설 때는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받도록 되어 있었고, 실제로 총회 의결은 없었습니다. 돈을 빌린 회사들이 빚을 갚지 못하자 A 건축사사무소는 B 조합에 보증 책임을 물었고, 법정 다툼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조합장 C의 보증 행위가 B 조합의 업무와 관련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둘째, A 건축사사무소가 C의 보증 행위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C의 보증 행위가 B 조합의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조합장의 직무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35조 제1항) 하지만 A 건축사사무소가 C의 보증 행위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A 건축사사무소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법원은 A 건축사사무소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C의 보증 행위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중대한 과실"이란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 부족을 말합니다.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5다34711 판결) 따라서 A 건축사사무소는 B 조합에 보증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결론
회사 대표의 행위라고 해서 무조건 회사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대표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행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거래를 진행했다면,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회사와 거래할 때는 대표의 행위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큰 금액이 오가는 거래일수록 관련 법령이나 정관 등을 확인하여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해야 합니다.
참조조문: 민법 제35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5다34711 판결
상담사례
회사 대표이사의 친구 빚보증은 회사 목적과 관련성 및 채권자의 인지 여부에 따라 회사 책임 여부가 결정되며, 관련 없는 보증이라도 채권자가 대표이사의 월권을 몰랐다면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형사판례
회사 대표이사가 자신의 다른 회사를 위해 회사에 연대보증을 서게 하고, 임대차보증금을 선지급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칠 위험을 발생시킨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한다.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나중에 피해가 회복되었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
민사판례
토지구획정리조합의 대표자가 조합 총회 결의 없이 시공사 채무를 연대보증해서 보증이 무효가 되었더라도, 그 행위가 대표자의 직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면 조합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상담사례
건설업계 '부금상무'는 회사 이름만 빌린 개인사업자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거래 시 상대방의 실제 권한과 회사의 공식 확인을 받아야 빚보증 등의 문제 발생 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일반행정판례
건설공제조합의 보증규정에서 회사 대표가 연대보증을 서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으며, 퇴임하는 대표의 보증 승계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
민사판례
회사 운영자금 대출에 대한 보증인은 회사가 상행위로서 돈을 빌렸을 경우, 보증 책임을 나눠 부담하는 '분별의 이익'을 주장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