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4.07.25

민사판례

회사 대표의 맘대로 보증? 회사에 책임 물을 수 있을까?

회사 대표가 회사 이름으로 덜컥 보증을 서줬다면? 당연히 회사가 책임져야 할 것 같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닙니다. 오늘은 대표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행위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지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어떤 경우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지에 대한 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 건축사사무소는 B 도시개발조합 조합장 C의 개인적인 부탁으로 C가 대표로 있는 회사와 다른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B 조합이 그 빚에 대한 연대보증을 서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B 조합 정관에는 돈을 빌리거나 보증을 설 때는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받도록 되어 있었고, 실제로 총회 의결은 없었습니다. 돈을 빌린 회사들이 빚을 갚지 못하자 A 건축사사무소는 B 조합에 보증 책임을 물었고, 법정 다툼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조합장 C의 보증 행위가 B 조합의 업무와 관련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둘째, A 건축사사무소가 C의 보증 행위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C의 보증 행위가 B 조합의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조합장의 직무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35조 제1항) 하지만 A 건축사사무소가 C의 보증 행위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A 건축사사무소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 A 건축사사무소는 오랜 기간 도시정비사업에 참여해 온 전문 회사로서 조합 운영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 A 건축사사무소는 B 조합의 조합원이었기 때문에 총회 의결 절차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A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사로서 관련 법령이나 조합 정관을 확인하여 총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습니다.
  • C는 A 건축사사무소 대표에게 조합 명의로 직접 돈을 빌리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이유로 다른 회사들을 통해 우회 거래를 요청했습니다. 이는 A 건축사사무소 대표에게 경고 신호가 되었어야 합니다.
  • 빌려준 돈은 B 조합이 아닌 다른 회사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법원은 A 건축사사무소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C의 보증 행위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중대한 과실"이란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 부족을 말합니다.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5다34711 판결) 따라서 A 건축사사무소는 B 조합에 보증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결론

회사 대표의 행위라고 해서 무조건 회사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대표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행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거래를 진행했다면,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회사와 거래할 때는 대표의 행위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큰 금액이 오가는 거래일수록 관련 법령이나 정관 등을 확인하여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해야 합니다.

참조조문: 민법 제35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5다34711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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