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4.03.11

일반행정판례

회사 분사 후에도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을까? - 대법원 판결 해설

회사가 여러 회사로 나뉘는 '분사'는 기업 경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분사 과정에서 근로자의 지위가 어떻게 되는지는 복잡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분사 후에도 원래 회사의 근로자로 인정된 한 사례를 통해,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씨는 대기업 B중공업 회사의 공무보전부 부서장이었습니다. B중공업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여러 부서를 분사하기로 결정했고, A씨가 속한 공무보전부도 C종합정비라는 회사로 분리되었습니다. A씨는 C종합정비의 대표이사가 되었지만, 업무 내용은 분사 전과 동일하게 B중공업의 크레인, 이동장비 등의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A씨는 업무 중 재해를 입었고,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C종합정비가 아닌 B중공업의 근로자성을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A씨를 B중공업의 근로자로 인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형식보다 실질: 계약 형식이 도급계약이라도, 실질적으로 A씨가 B중공업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는지가 중요합니다.

  • B중공업의 지배력: C종합정비는 형식적으로는 별개 회사였지만, 실질적으로는 B중공업의 관리·감독 하에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B중공업은 C종합정비의 인사, 노무, 손익관리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 A씨의 의사: A씨를 비롯한 분사 대상 부서의 직원들은 처음에 분사를 거부했습니다. B중공업이 분사 후에도 기존 처우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분사에 동의했습니다. 즉, A씨가 자발적으로 분사에 참여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업무의 동일성: A씨가 C종합정비에서 수행한 업무는 분사 전 B중공업에서 수행하던 업무와 동일했습니다.

  • 경제적 이익 귀속: C종합정비의 용역업무로 인한 이익은 B중공업에 귀속되었습니다.

근로자성 판단 기준

이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14조, 제15조, 제17조에 따라 근로자성을 판단합니다. 핵심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 업무 내용, 지휘·감독 여부
  • 근무시간 및 장소 지정 여부
  • 업무 대체 가능성
  • 비품, 원자재, 도구 소유 관계
  • 보수의 성격 (기본급, 고정급, 세금 원천징수 여부)
  • 근로 제공의 계속성과 전속성
  • 사회보장제도 적용 여부
  •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소사장 형태 판단 시 추가 고려사항

특히 이 사건처럼 종전의 근로자가 '소사장' 형태를 취하게 된 경우, 법원은 다음 사항도 추가로 고려합니다.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도2122 판결, 2002. 11. 26. 선고 2002도649 판결 등 참조)

  • 자발적 퇴직인지, 강제적인 형태 변경인지
  • 사업 운영의 독자성 여부
  • 모기업의 개입/간섭 정도
  • 보수 지급 방식 및 금액 변화

이 판결은 회사 분사 과정에서 근로자의 지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분사 후에도 실질적인 사용종속 관계가 유지된다면, 여전히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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