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0.03.26

형사판례

회식 자리에서 허벅지 쓰다듬은 사장님, 강제추행일까?

직장 회식 자리, 상사가 부하 직원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면? 단순한 실수일까요, 아니면 범죄일까요? 오늘은 회식 자리에서 발생한 신체접촉이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미용업체 사장인 피고인은 회식 자리에서 직원인 피해자 옆에 앉아 귓속말로 "일하는 것 어렵지 않냐. 힘든 것 있으면 말하라"고 말하며 갑자기 피해자의 볼에 입을 맞췄습니다. 피해자가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지만, 피고인은 "괜찮다. 무슨 일이든 해결해 줄 수 있다"며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었습니다.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을 강제추행으로 고소했습니다.

1심과 2심의 판단

1심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2심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볼에 입을 맞춘 부분은 증거가 부족하고,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는 폭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은 회식 분위기, 피해자의 즉각적인 반응이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 기습추행도 강제추행: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인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에 해당합니다. 기습추행의 경우 폭행의 정도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일 필요는 없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가 있으면 충분합니다.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 허벅지 쓰다듬는 행위는 추행: 여성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행위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추행행위입니다. 피해자는 일관되게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허벅지를 쓰다듬었다고 진술했고, 목격자들의 진술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 피해자의 소극적 대응 ≠ 동의: 성범죄 피해자는 성정, 가해자와의 관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즉시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동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등)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회사 대표인 피고인에게 적극적으로 항의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법조항: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결론

이 판례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은 설령 폭행의 정도가 약하더라도 강제추행죄에 해당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상하관계와 같은 위계질서 속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회식 자리에서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범죄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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