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고 돌려받는 과정에서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여러 건의 채무 관계가 얽혀있는 경우, 돈을 갚았다고 주장하는 쪽과 어떤 채무를 갚은 건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는 쪽이 다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대법원 판결(2023. 11. 9. 선고 2023다231578)은 바로 이러한 변제충당에 관한 내용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1억 원을 빌려주었고, 피고의 장인이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피고 측은 5,900만 원을 변제했다고 주장했지만, 원고는 해당 금액을 다른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고 맞섰습니다. 즉, 빌려준 돈을 갚은 것이 아니라 다른 빚을 갚은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핵심 쟁점은 채권자가 변제 금원을 수령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채무 변제에 충당했다고 주장할 경우, 누가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가였습니다. 대법원은 채권자가 다른 채권의 존재, 변제충당 합의 또는 지정, 혹은 다른 채권이 법정충당 우선순위에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476조, 제477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참조,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다14433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심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자유심증주의(민사소송법 제202조)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0다289927 판결 참조), 원심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는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이 판결은 변제충당과 관련한 입증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채무 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변제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 판결을 참고하여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민사판례
빌린 돈과 공사대금을 모두 갚아야 하는 회사가 돈을 일부만 갚았을 때, 그 돈이 어떤 빚을 갚는 데 쓰였는지에 대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돈을 갚는 사람이 어떤 빚을 갚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는지, 빚의 종류와 만기일 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사판례
빌린 돈과 그 이자를 모두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돈을 빌린 사람이 빌린 원금만 변제공탁(법원에 돈을 맡겨 빚을 갚겠다는 의사표시)했고, 돈을 빌려준 사람이 이자 변제에 충당한다는 조건으로 공탁금을 받았다면, 원금 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는 판결입니다. 즉, 돈을 빌린 사람은 여전히 이자를 갚을 의무가 있습니다.
민사판례
빌려준 돈이 여러 건일 때 돈을 갚았더라도 어떤 빚을 갚은 건지 명확하지 않다면, 법에 따라 빚을 나눠 갚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또한, 배우자 몰래 빌린 돈은 배우자가 함께 갚을 책임이 없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사판례
돈을 빌린 사람이 여러 건의 빚을 지고 있을 때, 갚은 돈이 어떤 빚을 갚는 데 쓰였는지가 불분명하다면, 법에 정해진 순서대로 갚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만약 돈을 빌린 사람이 "특정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냈다" 또는 "채권자와 합의하여 특정 빚을 먼저 갚기로 했다"라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에 대한 증명 책임은 돈을 빌린 사람에게 있습니다.
민사판례
여러 빚이 있을 때 갚는 돈을 어떤 빚에 먼저 갚을지 정하지 않으면 법에 정해진 순서대로 갚아야 합니다. 법대로 갚는 것과 다르게 갚았다고 주장하려면 그렇게 갚기로 했다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돈을 빌리고 갚을 때 이자, 원금 등 어디에 먼저 갚을지 정하는 '변제충당'에 대한 당사자 합의가 유효하며, 재판에서 스스로 불리한 사실을 인정하는 '재판상 자백'은 법원도 뒤집을 수 없다는 판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