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4.02.29

민사판례

돈 갚았다는데, 어디에 갚은 건가요? - 변제충당에 관한 대법원 판결 이야기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는 과정에서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여러 건의 채무 관계가 얽혀있는 경우, 돈을 갚았다고 주장하는 쪽과 어떤 채무를 갚은 건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는 쪽이 다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대법원 판결(2023. 11. 9. 선고 2023다231578)은 바로 이러한 변제충당에 관한 내용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1억 원을 빌려주었고, 피고의 장인이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피고 측은 5,900만 원을 변제했다고 주장했지만, 원고는 해당 금액을 다른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고 맞섰습니다. 즉, 빌려준 돈을 갚은 것이 아니라 다른 빚을 갚은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핵심 쟁점은 채권자가 변제 금원을 수령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채무 변제에 충당했다고 주장할 경우, 누가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가였습니다. 대법원은 채권자가 다른 채권의 존재, 변제충당 합의 또는 지정, 혹은 다른 채권이 법정충당 우선순위에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476조, 제477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참조,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다14433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심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자유심증주의(민사소송법 제202조)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0다289927 판결 참조), 원심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는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 피고가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꾸준히 지급해왔다는 점: 만약 5,900만 원이 원금 변제에 해당한다면 원금이 크게 줄어들었을 텐데, 이자를 계속해서 정액으로 지급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 수표 거래의 시기와 금액의 연관성: 원고와 피고가 주고받은 수표의 날짜와 금액을 보면, 5,900만 원은 다른 채무 변제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이 판결은 변제충당과 관련한 입증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채무 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변제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 판결을 참고하여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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