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4.11.27

민사판례

배에 빚이 있다면? 어느 나라 법을 따라야 할까?

배를 운영하다 보면 여러 가지 빚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구 이용료, 수리비, 선원 임금, 연료비(유류대금) 등이 있죠. 만약 배 주인이 빚을 갚지 못하면, 빚진 사람은 배를 압류해서 빚을 받아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어느 나라 법을 따라야 할까요?

이번에 대법원 판결이 하나 나왔는데,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내용입니다. 핵심은 **"배에 관한 빚 문제는 '배 소유자가 배를 등록한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배에는 '선적등록'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마치 자동차를 등록하듯이 배도 소유권을 등록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이를 통해 배의 국적이 정해집니다. 이렇게 배를 등록한 나라를 '선적국'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배를 빌려서 쓰는 '용선'이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용선을 하면, 배를 빌린 사람이 자기 나라에 '나용선등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배는 선적국과 다른 나라에 등록되어 있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배에 빚이 생겼을 때, 선적국의 법을 따라야 할까요? 아니면 나용선등록을 한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할까요?

대법원은 선적국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나용선등록을 했더라도, 배에 관한 빚 문제는 여전히 '원래 배가 등록된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유류대금 관련 소송에서 나왔습니다. 독일 회사가 소유한 배가 마샬아일랜드에 나용선등록이 되어 있었는데, 유류대금을 갚지 못해 소송이 걸린 상황이었습니다. 대법원은 마샬아일랜드 법이 아니라 독일 법을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고, 독일 법상 유류대금은 배를 압류해서 빚을 받아낼 수 있는 사유가 아니었기 때문에, 유류대금 회사는 돈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판결의 핵심은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에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선박우선특권 (배를 압류해서 빚을 받아낼 수 있는 권리)에 관한 문제는 선적국의 법을 따라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나용선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선적국의 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판단은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다39617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배에 빚이 있을 때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헷갈린다면, '배가 원래 등록된 나라'의 법을 떠올리면 됩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복잡한 국제 해상 분쟁에서 법 적용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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