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고 혹시나 못 받을까 봐 담보로 수표를 받는 경우가 있죠. 그런데 만약 돈을 빌려준 사람이 담보로 받은 수표를 자기 맘대로 써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횡령죄일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사건의 개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수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돈을 빌려준 사람이 이 담보 수표를 제3자에게 빌려줬습니다. 돈을 빌린 사람은 이에 대해 횡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돈을 빌려준 사람의 행위가 횡령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반적으로 뭔가를 맡아서 보관해주는 경우, 그 물건의 소유권은 여전히 원래 주인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맡아둔 물건을 마음대로 쓰면 횡령이 되는 거죠. 하지만 빚 담보로 수표를 받는 경우는 다릅니다.
빚 담보로 수표를 받으면, 그 수표에 대한 권리가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즉, 수표의 주인이 바뀌는 거죠. 물론 돈을 빌린 사람이 빚을 다 갚으면 수표를 돌려받기로 약속은 했겠지만, 이 약속은 돈을 빌려준 사람과 돈을 빌린 사람 사이의 문제일 뿐입니다. 수표 자체의 소유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내 물건을 남에게 맡긴 것과 내 물건을 담보로 준 것은 다르다는 겁니다. 담보로 준 물건은 이미 상대방 소유가 된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그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든 횡령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죠.
관련 법조항 및 판례
이 판례의 핵심은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관련 법조항은 형법 제355조 제1항 입니다. 그리고 이 판례는 대법원 1988. 1. 19. 선고 87도2078 판결을 참조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채권자가 채권 담보 목적으로 수표를 받은 경우, 수표의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유효하게 귀속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담보로 받은 수표를 마음대로 사용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형사판례
빚을 갚는 담보로 다른 사람에게 받을 돈(채권)을 제공했는데, 채무자가 그 채권으로 받은 돈을 멋대로 써버린 경우, 횡령죄가 아닌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이다.
형사판례
타인의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경우, 비록 본인 명의로 대출받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돈을 빌려주고 담보로 물건을 받았더라도, 약속과 다르게 다른 빚까지 갚으려고 담보물을 팔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횡령죄가 됩니다.
형사판례
특정 목적을 위해 돈을 받았더라도, 그 돈이 채무 변제 목적으로 전달되었다면 받은 사람 마음대로 써도 횡령죄가 아니다.
형사판례
다른 사람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허락 없이 그 물건을 담보로 제공하면, 실제로 소유권을 침해하지 않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이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팔았더라도, 갚아야 할 돈의 액수에 대해 다툼이 있었다면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