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3.05.11

일반행정판례

선거무효소송과 당선무효소송, 무엇이 다를까요?

1992년 3월 24일, 제14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경남 합천군 선거구에 출마했던 박판제 후보는 선거 결과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여러 불법 행위가 있었고, 선거관리위원회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박판제 후보는 권해옥 당선인을 상대로 당선무효소송을,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 번에 두 가지 소송을 제기한 셈인데,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요?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중요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핵심 쟁점 1: 선거무효소송과 당선무효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불가능합니다. 법원은 주위적 청구(선거무효소송)가 기각될 경우에만 예비적 청구(당선무효소송)를 심리하는 '주관적 예비적 청구의 병합'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왜냐하면, 예비적 피고(당선인)의 소송상 지위가 매우 불안정해지고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당선인은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당선 여부를 다퉈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민사소송법 제230조)

핵심 쟁점 2: 어떤 경우에 선거무효소송이 인정될까?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가 불법 행위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선거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두 가지 요건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후보자의 불법 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어야 합니다. 단순한 사소한 위반 행위가 아니라 당락을 뒤집을 정도의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둘째,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의 불법 행위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방치하는 등 선거 관리에 중대한 잘못이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권해옥 후보 측의 불법 행위(단합대회에서 막걸리 제공, 일부 지역 모의투표 등)가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그 정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심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묵인했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선거무효소송은 기각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3: 당선무효소송은 어떤 경우에 제기할 수 있을까?

당선무효소송은 선거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당선인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을 때 제기하는 소송입니다. 예를 들어,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를 잘못 계산했거나, 당선인의 자격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개표 과정에서 접착된 투표용지가 발견된 점, 권해옥 후보의 선거범죄 등을 이유로 당선무효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접착된 투표용지는 우연히 붙은 것으로 보았고, 선거범죄는 당선무효소송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국회의원선거법 제147조, 제146조 제1항) 당선무효소송은 선거의 적법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선거 과정에서의 위법행위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뿐, 당선 자체를 무효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

이 사건을 통해 선거무효소송과 당선무효소송의 차이점, 그리고 각 소송이 인정되는 요건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립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문화를 위해서는 선거 관련 법규와 판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참고 판례)

  • 대법원 1972.11.28. 선고 72다829 판결
  • 대법원 1978.10.31. 선고 78누189 판결
  • 대법원 1984.6.26. 선고 83누554,555 판결
  • 대법원 1992.10.16. 선고 92수198 판결
  • 대법원 1989.5.26. 선고 88수54 판결
  • 대법원 1989.5.26. 선고 88수122 판결
  • 대법원 1992.9.8. 선고 92수8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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