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2.02.11

형사판례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타인 명의로 무매체 입금, 업무방해일까?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여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해 돈을 입금하는 경우, 어떤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할까요? 오늘은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받은 돈을 여러 차례에 걸쳐 ATM을 통해 무매체 입금(무통장/무카드 입금)했습니다. 은행은 '1인 1일 100만 원'의 무매체 입금 한도를 설정해 운영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은 이 한도를 넘지 않기 위해 여러 개의 타인 명의를 사용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마치 여러 사람이 입금하는 것처럼 은행을 속여 업무를 방해했다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위계의 의미: 업무방해죄의 '위계'란 행위자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을 속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도, 그 정보를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속일 목적이라면 위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위로 인해 실제로 누군가 속았어야 합니다. 단순히 기계에 정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ATM에 타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했지만, 이 과정에서 은행 직원 등 다른 사람이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즉,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속은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위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은행의 무매체 입금 한도 제한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를 사용한 것만으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
  •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도6404 판결: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라도 업무담당자의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킨 상대방이 없다면 위계가 있다고 볼 수 없음.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5117 판결: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가 업무담당자의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킬 목적이라면 위계에 해당할 수 있음.

결론

이 판례는 ATM을 이용한 무매체 입금 행위에서, 단순히 타인 명의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방해죄의 '위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은행 직원 등 업무 담당자를 속여 업무를 방해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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